"규조 타쿠조(牛場卓造) 군 조선을 가다" (후쿠자와 유키치)

 나는 오로지 학자의 본분을 지쳐 지나인과 조선인을 유도할 것을 특히 규죠(牛場) 군에게 바라는 바이다. (중략) 지나인의 소(小)계략과 조선인의 완고론에 대하여 이것을 자유로이 방임하여 결코 정면적으로 공격하지 말고 오로지 학자의 정신을 가지고 조선인의 마음을 제압하고 지나의 유교론을 배척하여 조선의 독립을 공고히 하여야 한다. 나아가 지나도 깨우쳐 주공공자(周公公子)의 자손을 정벌하여 그 심사(心思)를 일변시켜서 더불어 문명을 도모하여 동양 정국의 면목을 개조하는 것이 나의 본뜻이다. 이를 통하여 국위를 해외에 빛내기 위해서는 병력전략(兵力戰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문력(文力:학문의 힘)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문권(文權:문명의 권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뜻은 문권을 확장하여 문명의 위세를 해외에 빛나게 하는 것으로서 이번에 그 계기를 마련하는 규죠 군 일행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아시아의 문명화에 대치되는 유교주의를 철저히 공격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중국의 간섭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오로지 서구 학문의 취지를 전하는 일만을 목적으로 하여 한국인 자신의 자발적인 문명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를 위하여 무력뿐만 아니라 학문의 힘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서 보듯이 아직까지 그의 견해에는 무력적인 간섭을 통한 한국 지배에 대한 생각보다는 한국 내에서 유교주의를 타파하고 서구의 문명주의를 심어 문명국화하려는 목적이 강하게 존재하였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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